이름 모를 잡초야!

네덜란드는, 우리로 치면 ‘베란다’에 새시가 없다. 여기서는 이 공간을 우리가 ‘발코니’라 부르는 명칭(발콘)으로 부른다. 한때 우리는 이 공간을 나름 아름다운 화초들로 채우리라고 생각하여 이름 있는 초록이들을 갖다 놓거나 심거나 했는데, 이름 있는 그 모든 초록이들은 오래 버티지를 못했다. 우리의 무심함일 수도 있고, 새시의 보호 없이 생 날씨를 그대로 버티기에는 땅이 아닌 화분의 지력이 얼마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그러했다.

그렇게 큰 화분들조차 버려져 황무지, 아니, 황무분이 되어있는 우리 발코니에 저렇게 대견한 초록이가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던 것이었다! 내가 식물에 밝지를 못해서 이름은 잘 모르겠다만, 아무 짓도 안 하고 그냥 내버려 뒀는데도 저렇게 무성하게, 그리고 커다랗게 자라있다! 정말 ‘이름 모를 잡초’인데, 심지어 이 겨울에 꽃봉오리까지 달고 있다. 옵션 갖출 건 다 갖춘, 이른바 ‘풀옵션’ 아니던가!

얼마 전까지도 잡초가 나면 끓는 물을 부어 삶아서 제거하곤 했었는데, 아무리 이렇게 해도 이름 있고 뼈대 있는 초록이들은 버티지를 못했다. 그렇게 요놈들은 박해를 받으면서도 난관을 뚫고 오늘의 이 장관을 펼쳐 놓은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른바 ‘이름 있는’ 초록이들은 본디 그 땅에서 자라는 것들이 아닐 때가 많다. 그러나 땅만 있으면 저렇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초록이들야말로, ‘이름 없는 잡초’라 불리는 것들이야말로 생명의 생명 됨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들이리라. 단지 사람의 눈에 못나 보여서 무자비하게 뽑히고 잘려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걍 얘들을 키우기로 했다.

얘들아, 튼튼하게, 무성하게 잘 자라서 꽃도 만개하여 우리 발코니를 푸르게, 푸르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